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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니어] 나중에 한 건물에 같이 살면 좋겠다는 꿈, 싱가포르가 현실로 만들었습니다(모든 세대가 함께 사는 구조, 세대 간 교류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공간, 의료와 일상이 분리되지 않는 노인 친화 환경)

by 머니머니돈워리 2026. 5. 15.

나중에 한 건물에 같이 살면 좋겠다는 꿈, 싱가포르가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얼마 전 와이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불쑥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한 건물에 1층은 우리, 2층은 장인 장모님, 3층은 아버지 어머니 모시고 살면 좋겠다고. 멀리 계신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기도 힘들고, 무엇보다 손주를 자주 보여드리는 것이 가장 큰 효도라는 생각에서 나온 이야기였습니다. 웃으며 나눈 대화였지만, 사실 진심이 담긴 꿈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생각을 훨씬 더 크게 확장해서 시니어 세대부터 아이 세대까지 함께 살아가는 환경을 국가 차원에서 설계한 나라가 있다고 합니다. 싱가포르입니다. 2017년 싱가포르 북부 우드랜즈에 문을 연 캄풍 가칭(Kampung Admiralty)은 주거, 의료, 상업, 어린이집, 노인 복지시설을 단 하나의 건물 안에 수직으로 통합한 복합 단지입니다. 캄풍은 말레이어로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그 이름처럼, 이 건물은 도심 한복판의 진짜 마을입니다.

하나의 건물, 모든 세대가 함께 사는 구조

캄풍 가칭은 지상 11층 규모의 단일 건물 안에 완전히 다른 기능들이 수직으로 쌓여 있습니다. 1층에는 지역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상업 시설과 식당가, 슈퍼마켓이 들어서 있습니다. 2층과 3층에는 폴리클리닉이라 불리는 공공 의료 클리닉과 치매 케어 센터, 능동적 노화 허브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건강 검진, 재활 운동, 사회 활동 프로그램이 모두 이 층에 모여 있습니다. 중간층에는 어린이집과 아동 돌봄 시설이 있고, 상층부에는 104세대의 노인 전용 공공 임대 주택이 있습니다. 옥상에는 주민 농장과 산책로, 녹지 공간이 펼쳐집니다. 건물 전체가 계단식 테라스 형태로 설계되어 자연 채광과 바람이 내부 깊숙이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건축 설계사 WOHA는 이 건물을 수직 마을이라고 불렀습니다. 기능이 쌓인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 층층이 연결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와이프와 꿈꿨던 한 건물에 온 가족이 사는 그 상상이, 여기서는 도시 전체를 위한 현실이 된 것입니다.

세대 간 교류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공간

캄풍 가칭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노인과 아이들이 매일 자연스럽게 마주칠 수밖에 없는 동선 설계입니다. 어린이집 아이들이 야외 공간으로 나가는 길목에 노인 쉼터가 있고, 옥상 텃밭 프로그램은 노인과 어린이가 함께 참여하는 세대 통합 프로그램으로 운영됩니다. 손주를 자주 보여드리는 것이 최고의 효도라고 생각했던 그 마음처럼, 이 건물은 구조 자체가 세대 간 만남을 매일 만들어냅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 세대 간 교류 프로그램을 의도적으로 설계했습니다. 노인의 고립과 외로움이 건강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아이들과의 접촉 자체가 노인의 심리적 활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입주 이후 노인 거주자들의 사회 활동 참여율이 높아지고, 고립감이 줄었다는 보고가 이어졌습니다. 노인을 돌봄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역할을 나누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바라본 설계가 실제 삶의 변화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의료와 일상이 분리되지 않는 노인 친화 환경

캄풍 가칭의 또 다른 혁신은 의료 서비스가 삶의 공간 안에 완전히 통합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거주 노인들은 병원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잡을 필요가 없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몇 층 내려가면 주치의를 만날 수 있고, 재활 치료와 치매 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의료 접근성이 낮아 병을 키우는 문제, 이동이 불편해 진료를 포기하는 문제가 구조적으로 해결된 것입니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캄풍 가칭 모델을 통해 노인 입원율 감소와 응급 의료 비용 절감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예방 중심의 의료와 일상적인 건강 관리가 거주 공간과 한 몸처럼 연결되면서, 노인들이 아프기 전에 꾸준히 건강을 유지하는 생활 패턴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입니다. 이것은 시설 하나를 잘 만든 것이 아니라, 노인이 잘 살 수 있는 생태계 전체를 설계한 것입니다.

이 건물이 우리에게 묻는 것

캄풍 가칭은 완공 직후 2018 세계건축축제에서 올해의 건축상을 수상했습니다. 단순히 아름다운 건물이 아니라, 사회 문제를 공간으로 해결한 사례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입니다. 와이프와 나눴던 소박한 , 건물에 부모님과 함께 살고 손주 얼굴 자주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 캄풍 가칭은 마음을 도시 규모로 구현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초고령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습니다. 분리된 시설의 합이 아니라 연결된 공동체가 답이라는 것을 건물은 증명했습니다. 노인과 아이가 같은 공간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의료와 일상이 하나로 이어지며, 마을의 온기가 수직으로 쌓이는 건물. 우리가 지을 다음 세대의 공간은 이런 질문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얼마나 넓은가가 아니라,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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