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시절 나라의 부름을 받아 전쟁터로 나간 세대가 있습니다. 6.25전쟁의 포화 속에서, 혹은 이역만리 월남 땅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분들입니다. 지금 그분들은 여든을 넘기거나 이미 넘긴 나이에 조용히 노후를 보내고 계십니다. 저에게도 그런 아버지가 계십니다. 월남전에 참전하셨고, 리비아 건설 현장까지 나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셨던 분입니다. 최근 전립선 진단을 받으시면서 온 가족이 함께 마음을 모았고, 그 과정에서 참전용사 세대의 노후가 얼마나 충분히 지켜지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라 위해 젊음을 바친 참전 용사, 이제 돌봄이 필요
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친 세대, 한국 경제의 기틀을 닦은 세대가 이제는 가장 많은 의료와 돌봄을 필요로 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국가는 그 세대에게 충분히 보답하고 있는 것일까요?
빠르게 줄어드는 참전용사,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다
6.25전쟁은 1950년 6월 25일 발발해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으로 멈췄습니다. 월남전 파병은 1964년 7월 18일부터 1973년 3월 23일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두 전쟁에 참전하신 분들이 우리나라의 공식 참전유공자입니다. 6.25 참전유공자는 2008년, 월남참전유공자는 2011년에 각각 국가유공자로 편입되었습니다. 그러나 e-나라지표 공식 자료에 따르면 참전유공자 수는 고령화로 인해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이 감소세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특히 참전유공자는 본인이 사망하면 유족에게 자격이 승계되지 않는 구조여서 해마다 수만 명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국가가 이분들을 예우할 수 있는 시간이 실제로 많지 않습니다. 6.25 참전용사들은 이미 대부분 생존자 수가 급격히 줄었고, 월남전 참전용사들도 이제 대부분 여든을 바라보거나 넘긴 나이입니다. 매년 수만 명의 참전유공자가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참전세대에게 무언가를 해드릴 수 있는 마지막 시기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사회 전체가 무겁게 인식해야 합니다. 전쟁을 기억하는 세대가 사라지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분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국가가 지원하는 참전유공자 제도, 그리고 여전히 남은 한계
현재 국가보훈부는 참전유공자에게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진료비 혜택이 대표적입니다. 전국 400여 개 위탁 병원에서 법정요양급여 진료비 본인부담액의 90%를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참전명예수당도 지급되며, 80세 이상 참전유공자와 그 배우자에게는 추가 지원도 있습니다. 2026년 3월부터는 참전유공자 배우자에게도 월 15만 원의 생계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했습니다. 고엽제 피해를 입은 월남전 참전용사에게는 별도의 고엽제후유증 및 고엽제후유의증 지원 제도가 운영됩니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합니다. 진료비 감면이 비급여 항목과 약제비는 제외되어 실제 부담이 여전히 크고, 참전명예수당 수준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습니다. 국회에서는 고엽제후유증과 고엽제후유의증을 통합해 지원을 강화하자는 논의도 진행 중입니다. 나라를 위해 싸운 대가가 충분히 돌아오고 있는지, 계속 점검이 필요합니다. 참전용사 한 분 한 분이 살아 계신 동안 더 많이, 더 따뜻하게 챙겨드려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전쟁의 기억은 몸에 남고, 그 몸은 이제 많이 지쳐 있습니다.
영웅을 기억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기념일 하루 행사로 끝나는 보훈이 아니라, 살아 계신 동안 실질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보훈이 필요합니다. 진료비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 혼자 사시는 참전용사 어르신을 정기적으로 찾아가는 돌봄 체계, 고엽제 후유증으로 오랜 세월 고통받는 분들에 대한 더 넓은 인정과 지원이 그 시작입니다. 기념일 하루의 경례가 아니라 365일의 실질적인 예우가 필요합니다. 자녀들도 나설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참전유공자이시라면 보훈 등록이 되어 있는지,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모두 챙기고 계신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효도입니다. 주소지 관할 보훈관서나 국가보훈부 홈페이지(mpva.g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 세대가 젊음을 바쳐 지킨 이 나라에서, 그분들이 나이 들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자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월남 땅에서, 6.25 전선에서 목숨을 걸었던 그분들의 노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따뜻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