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내가 퇴근 후 흙과 씨앗을 들고 들어왔을 때, 저는 속으로 "설마 저게 진짜로 자라겠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며칠 만에 싹이 올라왔고, 결국 저희 부부는 직접 키운 바질로 카프레제 샐러드를 먹었습니다. 씨앗 하나에서 식탁까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씨앗 발아: 바질이 그렇게 빨리 자랄 줄은 몰랐습니다
아내가 가져온 것은 바질 씨앗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반신반의했습니다. 식물을 키우는 게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씨앗을 심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작은 떡잎이 올라오는 걸 눈으로 직접 봤습니다. 발아(發芽, germination)란 씨앗이 수분과 온도를 공급받아 싹을 틔우는 과정을 말합니다. 바질의 발아 적정 온도는 20~25도 수준으로, 국내 일반 실내 환경과 거의 일치합니다. 그러니까 특별한 장비 없이도 충분히 가능한 조건이었던 것입니다.
바질은 씨앗에서 키우기 가장 쉬운 허브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파종(播種, seeding)이란 씨앗을 흙에 심는 행위를 말하는데, 바질의 경우 흙 표면에서 0.5~1센티미터 깊이에 씨앗을 놓고 살짝 덮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저희는 시중에서 파는 일반 화분 흙에 바질 씨앗을 넣었을 뿐인데, 그게 전부였습니다. 물을 적절히 주고 창가에 두었더니 싹이 나왔고, 그 싹이 자라 결국 수확까지 이어졌습니다.
제 경험상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습(過濕), 즉 흙이 지나치게 젖어 있는 상태를 피하는 것이었습니다. 과습은 뿌리가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썩게 만드는 주요 원인입니다. 저희 아내는 물을 줄 때 흙 표면이 마른 느낌이 들 때만 물을 줬는데, 이 단순한 원칙 하나가 바질을 건강하게 유지시킨 핵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바질이 이렇게 잘 자라는 데는 이유가 있었던 셈입니다.
허브 재배: 허브는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습니다
바질을 직접 키워보고 나서 허브 재배 전반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허브를 마트에서 조금씩 포장된 채로 사야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키우면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잘라 쓸 수 있습니다. 신선도 면에서 비교 자체가 안 됩니다. 마트 포장 바질은 집에 오면 이미 시들기 시작하지만, 화분 바질은 요리 직전에 잎 하나를 떼어 쓰면 됩니다.
허브마다 재배 특성이 다르기는 합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요리용 허브는 햇빛과 배수(排水, drainage), 즉 물이 잘 빠지는 환경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갖추면 잘 자랍니다. 배수가 잘 되지 않으면 뿌리가 물에 잠겨 뿌리썩음병이 생기기 쉽습니다. 반대로 타임이나 로즈마리처럼 가뭄에 강한 허브는 흙이 어느 정도 말랐을 때 물을 주는 것이 오히려 좋습니다. 이처럼 허브의 종류별 특성을 알면 관리가 한층 쉬워집니다.
실내에서 허브를 키울 때 햇빛 확보가 관건입니다. 저희 신혼집은 남향 창가가 있었는데, 그 위치에 바질 화분을 두었더니 하루에 4~5시간 이상 햇빛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광합성(光合成, photosynthesis)이란 식물이 빛 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와 물을 포도당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광합성이 충분하지 않으면 식물은 위쪽으로만 길게 웃자라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웃자람이란 빛을 향해 줄기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지는 상태로, 이런 상태의 식물은 연약하고 향도 약해집니다. 저희 바질은 다행히 통통하고 잎도 짙게 자랐습니다.
요리용 허브를 실내에서 키울 때 참고할 만한 환경 조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햇빛: 하루 최소 4~5시간 이상 직사광선 또는 밝은 간접광 확보 (남향 창가 권장)
- 토양: 배수가 잘 되는 화분용 배양토 사용, 펄라이트 혼합 시 통기성 향상
- 수분: 흙 표면 1~2센티미터를 손가락으로 눌러 건조한 느낌이 들 때만 물 주기
- 비료: 한해살이 허브는 비료 없이도 잘 자라며, 다년생 허브는 연 1~2회 유기질 비료 소량 시비
- 화분: 반드시 배수 구멍이 있는 화분 선택, 민트류는 화분 재배로 과도한 번식 억제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출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허브류는 대체로 토양 pH 6.0~7.0 범위의 약산성에서 중성 토양을 선호하며, 과습보다 약간의 건조 환경에서 더 강건하게 자라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저희 집 바질 경험과도 정확히 일치합니다.
병해충 방제: 모기가 안 보였던 이유가 바질 때문이었을까요
신혼집에서 살았던 2년 동안 집 안에서 모기를 딱 한 번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그냥 운이 좋았나 보다 했는데, 나중에 허브 재배 관련 정보를 찾아보다가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실내에서 허브를 키우면 특유의 강한 향 성분이 모기나 진딧물 같은 해충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바질 화분 하나로 완벽한 방제가 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가능성 있는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병해충 방제(病害蟲 防除, pest control)란 작물이나 식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과 병원균을 관리하고 억제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허브는 화학적 방제 없이도 자체적인 항균·항충 성분을 가지고 있어 텃밭의 동반 식물(companion plant)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동반 식물이란 서로 가까이 심었을 때 병해충 억제나 생장 촉진 효과를 내는 식물 조합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바질과 토마토를 함께 심으면 바질의 향이 토마토에 붙는 해충을 쫓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오레가노, 타임, 로즈마리처럼 향이 진한 허브들은 모기 외에도 진딧물(aphid)과 흰가루병(powdery mildew)을 억제하는 효과도 보고됩니다. 진딧물은 식물의 즙액을 빨아먹어 성장을 방해하는 소형 해충이며, 흰가루병은 잎 표면에 하얀 가루 형태의 균이 증식하는 곰팡이성 병해입니다. 두 가지 모두 가정에서 허브를 키울 때 흔히 맞닥뜨리는 문제입니다. 미국 농무부 산하 농업연구소(ARS)의 자료에 따르면(출처: USDA Agricultural Research Service) 허브에 함유된 정유(essential oil) 성분이 특정 해충의 기피 반응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합니다.
제 경험상 바질을 창가에 두고 키우는 것만으로도 실내 환경이 확실히 달라진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물론 과학적으로 증명된 제 데이터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허브를 키운다는 행위 자체가 공간에 자연의 향을 들이는 일이고,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생활 환경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만큼은 2년의 신혼집 생활이 증명해 준 것 같습니다.
바질 씨앗 하나를 심어본 경험이 허브 전체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았습니다.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이 의외로 단순했고, 마트에서 사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창가에서 자라고 있었습니다. 허브 재배를 처음 시도해보고 싶다면 바질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씨앗도 저렴하고, 발아도 빠르고, 요리 활용도도 높습니다. 한 화분이 자리를 잡으면 그다음은 타임, 오레가노, 로즈마리로 자연스럽게 손이 뻗게 됩니다. 그렇게 주방 허브 정원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