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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건강] 음악 기억이 치매에도 마지막 까지 보존 된다고? : 음악 치료와 치매의 놀라운 관계(음악 기억은 왜 마지막까지 남는가, 음악 치료의 과학적 효과, 실제 현장에서 음악 치료는 어떻게 적용되는가)

by 머니머니돈워리 2026. 5. 20.

외할머니는 치매셨지만 찬송가는 끝까지 부르셨습니다

결혼 전 부모님과 함께 살던 시절, 월요일 저녁이면 빠지지 않고 보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KBS 가요무대였습니다. 부모님 세대에 많이 불렀던 노래들을 오늘날 다양한 가수들이 리메이크하거나 원조 가수가 직접 나와 부르는 프로그램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잊힐 법도 한데 노래가 나오면 부모님의 반응 속도는 놀라울 만큼 빨랐습니다. 가사가 좋아서 잊혀지지 않았다, 멜로디가 좋아서 잊혀지지 않는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음악이 기억 속에 얼마나 오래 남는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더 놀라운 경험도 있었습니다. 외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계셨는데, 찬송가를 틀어드리면 가사를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끝까지 부르셨습니다. 이름도 날짜도 기억하지 못하시던 분이 수십 년 된 노래만큼은 온전히 기억하시는 모습이 뭉클했습니다. 음악 기억은 참 오래 남는다는 생각, 그리고 그 기억이 치매 어르신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치매가 와도 음악 기억은 왜 마지막까지 남는가

치매는 뇌 세포가 점진적으로 손상되면서 기억력, 언어, 판단력이 무너지는 질환입니다. 그런데 친숙한 음악에 대한 기억은 다른 기억보다 훨씬 오래 보존된다는 사실이 과학으로도 입증되고 있습니다. 2015년 국제 학술지 브레인(Brain)에 발표된 연구에서 연구팀은 7테슬라 fMRI를 이용해 친숙한 음악을 들을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를 정밀하게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전대상피질(caudal anterior cingulate)과 보조운동영역(ventral pre-supplementary motor area)이 장기 음악 기억을 저장하는 핵심 부위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영역들은 알츠하이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세포 손실이 적습니다. 또한 음악은 감정 처리의 중추인 편도체(amygdala)를 자극하는데, 이 부위도 알츠하이머 초기에는 비교적 손상이 적습니다. 사진으로 유발되는 기억은 현저히 감소하는 반면 음악으로 유발되는 기억은 오래 유지된다는 연구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외할머니가 찬송가를 끝까지 부르셨던 그 경험이 과학으로 설명됩니다. 음악은 치매 뇌에서도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기억의 통로입니다.

음악 치료의 과학적 효과, 연구가 증명한다

음악 치료의 효과는 감동적인 일화에 그치지 않습니다. 엄격한 임상 연구로 검증되고 있습니다. 2024년 PubMed·Cochrane Library 등 4개 데이터베이스를 망라한 네트워크 메타분석에서 음악 치료는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 향상에 긍정적 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 2023년 이중 맹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에서는 평균 연령 76.5세의 알츠하이머 및 혼합 치매 환자들이 음악 치료 후 삽화 기억 검사에서 지연 회상 능력이 유의미하게 향상되었습니다. 친숙한 음악을 들을 때 도파민과 엔도르핀이 분비되고 변연계가 활성화되면서 각성과 정서 안정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그 기전입니다. 2025년 AARP와 딜로이트가 공동 발표한 경제 분석에서는 주 2회 30분씩 음악을 활용한 개입이 치매 환자의 정서적 웰빙을 높이고 돌봄 부담을 줄이며, 투자 1달러당 2.4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낸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음악 치료는 어떻게 적용되는가

음악 치료는 전문 음악 치료사가 진행하는 구조화된 치료부터 가정에서 보호자가 함께할 수 있는 간단한 방식까지 다양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개인화된 플레이리스트입니다. 어르신이 젊은 시절 좋아했던 노래, 결혼식이나 가족 행사에서 듣던 음악을 중심으로 구성하면 자서전적 기억을 자극하는 효과가 큽니다. 가요무대에서 노래가 나오면 부모님이 순식간에 가사를 떠올리시던 그 원리와 같습니다. 미국 비영리단체 뮤직 앤드 메모리(Music & Memory)는 이 방식을 체계화해 전 세계 요양 시설에 보급하고 있으며, 2024년 브라운대학교에서 역대 최대 규모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룹 음악 회상 치료도 효과적입니다.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어르신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며 기억을 나누는 과정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고립감이 줄어듭니다.

음악은 가장 따뜻한 치료약입니다

외할머니가 치매로 많은 것을 잊으셨지만 찬송가만큼은 끝까지 부르셨던 그 기억이 오래 남습니다. 음악이 기억의 마지막 끈을 붙들어 주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음악 치료는 부작용이 없고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따뜻한 경험을 줍니다. 아직 치매를 완치하는 약은 없지만, 음악은 지금 어르신의 기억을 깨우고 감정을 연결하는 현실적인 도구입니다. 가정에서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젊었던 시절 즐겨 듣던 노래를 찾아 함께 듣고, 그 노래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것이 가장 쉽고 따뜻한 음악 치료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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