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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한국전쟁 참전용사 (복무 관련 질환, 후유증, 국가 지원)

by 머니머니돈워리 2026. 6. 25.

 

 

한국전쟁 참전용사 중 27.9%가 청력 손실로 인한 복지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단순한 통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포화 속에서 잃어버린 청력을 안고 살아온 어르신들의 삶이 숫자 뒤에 있다는 생각에, 솔직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총성이 남긴 것들 — 복무 관련 질환의 실체

일반적으로 전쟁 후유증이라고 하면 눈에 보이는 부상이나 PTSD 정도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미국 재향군인 복지국(Veterans Benefits Administration)의 2024 회계연도 연례 복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쟁 참전용사에게 가장 흔한 복무 관련 장애 5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청각 장애(Hearing Loss): 수혜자 35,757명, 전체 복무 관련 장애의 27.9%
  2. 이명(Tinnitus): 수혜자 29,536명, 23.1% — 외부 소리 없이 귀에서 소리가 들리는 증상
  3. 한랭 손상 후유증(Cold Injury Residuals): 수혜자 4,746명, 3.7%
  4.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수혜자 3,915명, 3.1%
  5. 흉터, 일반(Scars, General): 수혜자 2,968명, 2.3%

제가 이 목록에서 가장 주목한 건 1위와 2위가 모두 청각과 관련된 질환이라는 점입니다. 합산하면 전체의 51%를 넘습니다. 당시 포병, 항공기 엔진, 중장비 소음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던 환경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이명(耳鳴, Tinnitus)이란 귀 주변에 어떠한 음원도 없는 상태에서 윙윙거리거나 쉬쉬거리는 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리는 상태를 말합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이해받기 어렵고, 그만큼 고립감이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세 번째인 한랭 손상 후유증(Cold Injury Residuals)은 저에게 특히 와닿는 항목이었습니다. 장진호 전투(1950년 11월~12월)에서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내려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 혹한 속에서 싸웠던 분들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말초신경병증(Peripheral Neuropathy), 즉 손발이 저리고 타는 듯한 통증이 지속되는 신경 손상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은, 전쟁이 얼마나 길고 느리게 사람을 갉아먹는지를 보여줍니다. 한랭 과민증(Cold Hypersensitivity)이란 추위에 노출되었을 때 일반인보다 훨씬 강한 통증과 불편함을 느끼는 상태를 뜻하는데, 이 역시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에게서 인정받는 복무 연관 질환 중 하나입니다.

전쟁터에서 돌아와도 끝나지 않은 전쟁 — 후유증과 시간의 문제

일반적으로 후유증은 전쟁이 끝나면 어느 정도 수그러드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생각은 상당히 틀렸습니다. 물리적 후유증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심화되는 경우가 많고, 심리적 후유증은 수십 년이 지나서야 수면 위로 올라오기도 합니다.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즉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공식 진단명으로 인정된 것은 1980년의 일입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무려 27년이 지나서야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 이전까지 참전용사들은 자신이 겪는 악몽과 과각성 상태를 "전투 피로(Combat Fatigue)"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단명이 없으니 치료도, 보상도 받기 어려웠던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 한국전쟁 참전용사 분들이 80대 후반에서 90대에 접어든 상황에서도 PTSD로 혜택을 받는 인원이 3,915명에 달한다는 사실은, 그 상처가 얼마나 깊고 오래가는지를 말해줍니다.

복무 연관성(Service Connection)이라는 개념도 이 맥락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복무 연관성이란 현재 겪고 있는 장애가 군 복무 중 발생하거나, 복무로 인해 악화되었거나, 복무의 결과로 나중에 나타난 것임을 의료적으로 입증하는 연결고리를 말합니다. 미국의 경우 이 개념을 법적으로 명확히 정의하고 혜택 지급의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추정적 질환(Presumptive Condition)"이라는 제도는 주목할 만합니다. 추정적 질환이란 특정 지역과 시기에 복무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질환이 복무로 인해 발생했다고 국가가 먼저 인정해 주는 제도입니다. 고령의 참전용사가 70년 전 의료 기록을 일일이 제출해야 하는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매우 실질적인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이 제도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미국 재향군인 복지국(VBA)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 문제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에이전트 오렌지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이 살포한 제초제 혼합물로, 강력한 독성 물질인 다이옥신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베트남 참전용사에게만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1968년부터 1971년 사이 한국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복무한 참전용사들도 노출 피해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제2형 당뇨병, 폐암, 파킨슨병 등 광범위한 질환에 대해 복무 연관성이 인정된다는 사실은, 당시 복무가 어떤 환경에서 이루어졌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 국가 지원의 민낯

6월 25일이 되면 저는 늘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지금 이 자유를 당연하게 누리는 동안, 그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이국땅에서 싸운 분들은 여전히 그 전쟁의 무게를 몸으로 감당하고 있다는 것. 그 고마움이 형식적인 기념식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매년 더 강해집니다.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솔직히 부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미국 제도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의료 기록이 부족한 고령 참전용사들이 복무 연관성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여전히 크다고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추정적 질환 제도나 청각 장애, 한랭 손상 같은 특정 질환에 대한 체계적인 데이터 수집과 혜택 지급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보훈부(보훈처)가 참전용사 지원을 담당하고 있지만, 제 생각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우리나라 용사 분들도 미국 참전용사들과 동일한 환경에서 싸웠습니다. 같은 포성 아래 청력을 잃었고, 같은 장진호의 혹한 속에서 동상을 입었으며, 같은 전투의 트라우마를 안고 70년을 살아왔습니다. 이분들이 겪고 있는 복무 관련 질환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증명 부담 없이 지원받을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참전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명예로운 기억으로 남아야지, 왜 몸이 이렇게 됐는지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미국 재향군인 복지국의 공개 데이터와 개인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또는 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참전용사 혜택과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은 반드시 해당 기관의 전문가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이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지원이 아직 남아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참고: https://www.trajectormedical.com/korean-war-veterans-5-most-common-cond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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